10월 8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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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험을 보고 왔구요. 점수는 겨우 7자 하나가 보이는 (sum of digits =7인) 700점 (50/35) 입니다. 7자 하나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제게 딱 7자 하나 내려주셨네요. 앞으로 기도할 때 조금 더 깊게 생각해야겠어요. 그래도 어제까지의 제 마음을 생각했을 때, 오늘 이만큼의 점수도 너무 감사한 거죠.
8월 시험 680, 9월 시험 680점 내리 연타로 맞고, 어떡해야 하나 고민 많이 했었죠. First round 지원하려면 시기상 이쯤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마음은 심란하고… 결국, 한 달만 더 하자, 그래도 안 되면 접자고 마음 먹고 10월 시험을 예약했습니다. 사실은, 점수보다도 제가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자책을 하면서는 다음 step으로 갈 수가 없더군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GMAT 공부만 열심히 하지는 못 했습니다. 지난 시험까지는 GWD는 full-test로 풀어본 건 2회가 다고, OG는 RC파트는 손도 못 댔죠. 학원에서 늦은 저녁까지 공부하시는 분들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해야 하는데…” 생각은 했지만, 첫 두 달은 학원 수업 따라가는 것도 벅차더라구요. 그래도 선생님들 강의를 들으면서 GMAT이라는 이 알쏭달쏭한 시험이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하더군요. 특히, SC와 CR은 이론반 안 들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마음대로 영어’로는 한참이 걸릴 길을 한 달 만에 지름길로 인도해주셨어요.
9월 두번째 시험에서도 680점 받고, 공부방법을 대폭 수정했죠. Verbal 문제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문제 푸는 속도가 느려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출 문제 중심으로 문제를 다시 훑어보고 모의고사 시스템을 이용해서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자주 하려고 했어요. (모의고사 시스템 정말 대박이예요^^) 특히, 문제 파악에 자신없었던 RC는 지문을 한 번만 읽고 구조와 핵심내용을 기억해서 지문을 읽지 않고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습니다. RC 수업 시간에 지민구 선생님께서 직접 해보여주셨던 paragraph 간의 구조와 핵심 아이디어를 파악하며 읽는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9월 말에 할머니께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시고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추석 앞두고 돌아가시면서 한 열흘을 병원에서 꼬박 살았지요. 몸과 마음이 급격히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와 보니 눈 앞에 다가와 있는 시험. 미룰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문득, 그냥 이것도 최선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Ideal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뤄서 최고의 점수를 내면 좋겠지만, 항상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고, 시간을 조금 더 미룬다고 해서 결과가 반드시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마음 추스리고, 시험 3일 앞둔 상태에서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math 특강 들으러 간 일. 보내주신 자료 의 문제를 밤새워서 풀어 가보니 선생님께서 그 140개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친 기색도 없이 설명해주시는 거예요.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이번에도 수학 51점의 벽은 넘지 못 했습니다…역시, 수학은 내 인생의 블랙홀…ㅠ)
시험 이틀 남겨두고 모의고사를 푸는데, 역시나 verbal은 몇 문제가 꼭 남더군요. 어떡해야 하나, 시험장 가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찍어야 하나, 어떡하나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특강 시간에 어떤 분이 질문하셨잖아요, ‘시간 내에 못 풀면 찍어야 하나, 남겨두어야 하냐’고. 그 때 이영곤 선생님이 하신 말씀. "지금 내 앞의 문제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그 대답이 생각나더군요. 생각해보니 저는 verbal part를 풀면서 시간에 쫓기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의식하느라 제 앞의 문제에 최선을 다하지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시간이 남아도 시간에 쫓겨도 점수가 비슷했던 거죠. 이번 시험에서 제가 시험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면,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시험을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보았다는 겁니다. 시험 보는 내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라고 생각했고, 문제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스크린에 뜨는 문제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정말 풀 수는 있을 것 같아도 풀기에는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들 것 같으면, 마음에 시간 제한을 두고, 그 안에 못 풀면 과감이 찍었습니다.
이번 시험 이후 달라진 점은 이전 시험 때보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제 자신이 보인다는 거예요. 성적이야 더 훌륭한 점수 받으신 분들이 많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는 것을 저는 느끼니까 제 자신에게 조금 더 당당하고… 생각해보니 그게 이번 시험의 수확이네요.시험을 한 번 더 볼지, 아니면, 이쯤에서 멈출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학원에 가서 공부는 종종 계속할 생각입니다. 강의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도전을 받거든요.
영국에서 석사를 하고, 해외파트에서 6년 가량 일하면서 영어를 놓아본 적은 없는터라, 영어는 어느 정도 자신있다 생각했는데, GMAT 공부하면서 영어 시험 공부는 이렇게 하는구나 많이 배웠고, 초심의 자세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잊고 있던 학생의 자세를 배운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내일이 삼우제인데, 점수 오른 성적표 들고 할머니 뵈러 갈 생각에 당장은 그게 제일 기쁘네요.
허접한 후기이지만, 혹시나 저와 비슷한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몇 자 남깁니다.
그리고 항상 열심히 강의해주시는 선생님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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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 얻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점수 때문이건 시간이 없어서 공부 하고 싶어도 못하시는 분들....맘 고생하시는 분들께 큰 희망이 되는 후기일 것 같습니다. 성적표 들고 할머니 찾아뵈면 멀리서라도 무척 기뻐하시겠네요... 삼우제 잘 치르시고 지원 잘하셔서 꼭 원하는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때도 포스팅 해 주실 거죠?^^ 화이팅 입니다.^^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셨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특히" 일하면서 잊고 있던 학생의 자세를 배운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라는 말씀에서 더욱 성장하실 분이라는 확신이 드는 군요. 홧팅~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곤쌤한테 말씀들은것 같은데.. 이번에도 너무 수고 많으셨네요.. 앞으로도 더 좋은소식 들려주세요 ^^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하이~~~축하드립니다 ~~ 힘든 모든 상황속에서도 좋은 성과을 이뤄 내셨으니 얼마나 좋으세요..다시한번 축하축하.... 이제 본격적인 지원.. 다시 차분한 마음으로 끝까지....성실히 준비하셔서 바라시는바.. 잘 이뤄 지시길 바랍니다.... 지원하시며 힘들고 어려우실 때 가끔 연락 주세요... 이러저런 말씀도 함께 많이 나누시지요... Good Luck in Everything~~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메일로도 얘기드렸지만, 뭔가 특별한 게 있으세요. 음....깊이가 있다고 해야하나. 제 생각에는, 에세이가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 되실 것 같습니다. 즐겁게 지원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